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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HIBI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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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혜경 초대전 '지층의 기억, 새겨진 질서'
2026. 6.25 - 2026. 7.8 ㅣ 11:00 - 19:00 (토요일 휴관) ㅣ GALLERY KAF ㅣ 02 - 6489 - 8608
춘천에 정착한 지 3년. 나는 이곳에서 시간을 기록하듯 한 달에 한 번 속초의 바다를 찾는다. 한 시간 반 남짓 달려 도착한 해변에서 파도에 씻기고 빛에 반짝이는 작은 돌들을 주워 돌아온다.
이 돌들은 수억 년의 시간을 품고 있다. 비바람에 깎이고 바닷물에 굴러 지금의 모양이 되었다. 우리가 살다 가는 시간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긴 시간이다.
나는 흙 위에 문양을 새기고 그 안에 돌을 끼워 넣었다. 흙 표면의 문양은 조선시대 책 표지를 장식했던 ‘능화판’이라는 전통문양에서 가져왔다.
능화판은 인간이 의도적으로 도안한 기하학적 질서이고, 돌은 자연이 빚어낸 비정형의 산물이다. 부드러운 흙은 단단한 돌과의 촉각적 대비는 ‘변하는 것(흙/시간)’과 ‘변치 않는 것(돌/영원)의 의미의 대비이기도 하다.
이번 작품 역시 균열은 매우 중요하다. 능화판이라는 완결된 질서 위에 발생한 균열은 단순한 파손이 아니라 시간의 개입이다. 돌이 ‘영원의 물질’이라면, 균열은 결국 모든 구조가 붕괴와 침식을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그래서 작업 안에는 단지 질서와 자연의 대비만이 아니라, 질서 자체의 불완전성과 유한성까지 포함한다.
나는 이 작업을 통해 하나의 질문을 던진다. 우리가 만든 질서와 자연이 만든 시간, 과연 이 둘은 서로 다른 것 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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