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부강 개인전
2018. 10. 12 - 10. 24 ㅣ Gallery Coop l 11:00 - 19:00 (연중무휴) ㅣ 02 - 6489 - 8608
또 다른 풍경
우리는 하루가 다르게 ‘새것’들이 쏟아져 나오는 세상 속에 살고 있다. 새것들은 기억되지 못하고 사라진다. 모든 것이 빠르게 소비되고, 또 다른 새것으로 대체되기 때문이다.
낡고 ‘오래된 것’은 시간을 품고 있다. 새것의 화려함으로 단 번에 시선을 끌지는 못하지만 서서히, 묵직하게 다가온다. 이부강 작가의 작품이 보면 볼수록 정감이 가는 이유다. 작가의 작품에는 시간의 흔적이 있다. 나뭇결 사이사이, 나뭇조각 하나하나에 겹겹이 쌓인 시간이 모여 우리의 기억 속 잊혀졌던 동네로 재구성된다. 사라졌지만 아직도 존재하는 동네, 멈춘 것처럼 보이지만 시간과 함께 흐르는 곳. 허름한 판잣집에 사용되었던 베니어합판은 집은 사라졌지만 그 시절의 모습으로 재탄생하여 또 다른 풍경이 되었다.
작품 속 풍경은 저마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아무개 씨가 살았던 집, 집 앞에 널어놓은 빨래, 그의 옆집에 살던 할머니, 아이들이 뛰어놀았던 좁은 골목.. 작품에서 따뜻함이 느껴지는 이유는 나무 고유의 색감만이 아닌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이야기가 담겨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부강 작가는 오로지 나뭇조각으로 모든 것을 표현한다. 크고 작은 다양한 크기의 조각들로 작품의 원근감을 살렸다. 또한 동네를 표현할 때 가까운 집을 색감이 있는 나무로 표현하는 등 감상자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머물다가 주변으로 옮겨가도록 유도한다. 조각의 방향도 눈여겨봐야 한다. 조금씩 다른 조각의 방향들은 물감을 사용한 다른 회화 작품 속 붓 터치처럼 작품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