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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창조력은 기업 경쟁의 힘"

재단은 화가지원하되 간섭않아

학교안 작은미술관 600개 목표



서울 서초구 남부터미널역 인근에 있는 갤러리 '아트버스 카프'는 새해에도 재능있는 화가들의 작품전이 잇따르고 있다. 한국미술재단이 운영하는 아트버스 카프는 지난해 연말부터 11일까지 '차명주 최경자 2인전'을 연 데 이어 13일부터 설 연휴가 끝나는 25일까지 '이승철 초대전'을 열고 있다.


설 연휴가 끝난 27일부터 다음달 8일까지는 '문선미 이명순 채한리 3인전'이 열린다. 3인전 첫날 전시는 '그림과 글이 만나는 예술수업'과 함께 진행한다. 그림과 글이 만나는 예술수업은 그림을 보면서 천천히 걷고 가만히 멈추며 느낀 감상들을 글로 표현하는 프로그램이다.



황의록(75) 미술재단 이사장은 2013년 아주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퇴직 후 사진작가로 데뷔해 활동하다가 젊은 화가들을 만났고 이들이 너무 어렵게 생활한다는 것을 알고 "예술가가 아닌 우리를 위해 뭔가 해야 한다"며 화가협동조합을 시작, 재단으로 전환했다. 황 이사장은 19일 "우리 기업은 선진국 기업을 따라하며 성장했지만 이제 우리가 베낄 것은 없고 우리를 따라하는 곳은 많다"며 "창조력 상상력이 있어야 한국기업의 미래가 있고 그 뿌리는 예술"이라고 말했다. 그는 "개인도 기업도 사회도 예술을 천시하면 잠깐 반짝하고 끝나지 않을까"라며 "예술은 기업에게 보이지 않는 경쟁의 힘"이라고 강조했다.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으로 운영하는 재단은 좋은 작가들을 공정하게 선발해 지원하고 예술이 사람들의 삶 속으로 들어갈 수 있게 돕는 일을 한다. 황 이사장은 "작가들을 선발·초대해 전시할 수 있게 돕고 좋은 작가로 성장할 수 있게 워크숍도 열고 3주 이상 해외여행 기회도 제공한다"고 말했다. 40여명의 작가가 재단에 소속돼있고 최대 50여명 규모로 운영할 계획이다. 재단은 지역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을 전국에 알리고 전국에 알려진 작가들을 세계에 알리는 역할도 한다. 그는 "설 이후 3인전도 재단 소속 작가들이 이명순 작가 등을 초대해서 여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재단은 예술을 접하기 어려운 지역에 있는 초등학교에 '학교 안 작은 미술관'이라는 이름으로 매년 15개씩 미술관을 만들어 주고 있다. 현재 45개가 완성됐고 15개는 진행 중이다. 그는 "재단 소속 작가들은 작은 미술관을 설치한 학교를 직접 찾아가 미술 수업을 하는데 아이들에게 그림과 관련된 즐거운 추억을 만들어주고 상상력과 감수성을 키워주는 게 목적"이라고 말했다. 화가들은 아이들에게 그림이 어려운 게 아니고 재미있는 것임을 느끼게 해주고 잘 그렸다 못 그렸다 평가는 하지 않는다.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은 그가 아주대 경영학과장으로 있던 1986년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을 만난 인연에서 나왔다. 교수들이 경영대학 단독건물을 설립하기 돈을 모으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김 회장이 "도와달라는 말만 하지 스스로 자구책을 내는 경우는 드문데 교수들이 돈을 모으고 발전하려고 하니 고맙다"며 경영관을 지어줬다는 것. 황 이사장은 "김 회장은 학교에 기부를 많이 했지만 일체 간섭하지 않았다"며 "그 원칙은 미술재단에 그대로 적용된다"고 말했다. 예외는 하나, 열심히 하지 않으면 돕지 않는다. 관람료를 받지 않는 '아트버스 카프'는 1년 365일 열려있다. 설날에도 추석에도 직원들이 교대근무하며 전시장을 연다. 황 이사장의 뜻에 공감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60여명의 후원자들은 재단을 움직이는 힘이다.



내일 신문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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